[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 리안 모리아티 지음 / 김소정 옮김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는 한 중년 여인의 로맨틱 휴면 코미디 입니다.
책 줄거리
서른아홉의 앨리스는 갑작스런 사고로 10년동안의 기억을 잃게 된다. 사고 후 정신을 차린 앨리스는 스물아홉살까지의 기억으로 자신의 서른아홉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스물아홉의 앨리스는 첫째 아이를 임신 중이고, 멋진 남편 닉과 사랑스런 결혼 생활을 하던 중이었지만 서른아홉의 앨리스는 세 명의 아이를 출산하고 남편과 이혼 소송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원래 친하던 절친과는 서원한 사이가 되었고 친언니와는 어색한 거리감을 느낀다. 스물아홉,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그녀가 서른아홉에는 여러 활동을 활발하게 활동을 했었다는 사실에 대해 굉장히 놀라게 된다. 스물아홉 앨리스와 친하던 이웃집 할머니도 서른아홉의 앨리스와는 거리가 멀어져있다. 지나는 또 누구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닉과의 만남은 그녀에게 더큰 고통이 되었다. 앨리스와 대화를 나눌 때면 날이 서있는 닉의 말투, 차가운 눈빛, 조금이라도 닿을라하면 멀찌감치 피해버리는 행동 등.. 10년동안 그녀와 그녀 주변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앨리스가 꿈꿔왔던 10년뒤의 모습은 과연 이런 모습이었을까? 과연 앨리스는 자신의 잃어버린 10년의 기억을 되찾고 서른아홉의 앨리스로 돌아올 수 있을까?
감상평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는 친척언니의 추천으로 읽게되었다. 책을 다읽고 난 후 내용의 쟌향이 너무 진하게 남아 언니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는데, 언니는 책을 읽은 지 너무 오래되 내용이 잘 생각이 안난다고 했다. 원래는 글로 남길 생각이 없었는데 이런 좋은 책을 읽었던 내 경험이 시간이 지나면서 앨리스의 잃어버린 10년처럼 사라지게 되면 좀 슬퍼질 것같아 글로 남기게 되었다. 그리고 뭐든 내 하루하루를 종이에 적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사람은 사고를 당하든 안당하든 결국 기억에 남는 큰 사건 외에는 자연스럽게 사라지니까.
처음 책을 읽을 때는 가볍게 생각하고 빠르게 눈으로만 훌고 지나갔는데, 나중에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장면장면이 너무 생생하게 묘사되서 대충 읽고 지나갈 수 없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나도 앨리스와 함께 했던 것같다. 캐릭터가 느끼는 아픔과 떨림과 설레임, 황당함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특히 아이들을 묘사하는 내용을 읽을 때는 정말 각자의 의 매력과 개성이 두드러지게 잘 표현해서 기억에 남는다.
사고로 10년동안의 세월을 잊고 스물아홉만의 기억을 가지고 있던 앨리스는 기억을 못 찾았다고 하면 병원에서 퇴원을 할 수 없을 것같아서 모든 기억이 생각난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병원에서 닉과 통화를 하지 않았더라면 앨리스는 그대로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병원에 있었을 것같은 생각이든다. 닉과의 통화 후 냉랭해진 그의 목소리에 상황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이 모든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그녀는 퇴원이라는 모험을 시작하게 된 건 아닐까... 패기있게 모험을 시작하지만 앨리스가 기억을 하나하나 찾기도 전에 모든 상황을 빠르게 그녀를 지나간다. 앨리스 동화에 나오는 토끼가 시계를 가지고 항상 촉박하게 뛰어다니는 것처럼 앨리스 러브의 시간도 그녀가 사건과 상황을 제대로 관망도 하기전에 빠르게 지나간다. 시간은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듯이...
내가 가장 숨을 죽이고 봤던 장면은 스물아홉의 기억으로 닉을 처음 대면할 때이다. 다가가는 앨리스와 그런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닉. 그 사이에 아이들 세명이 나오는 장면은 정말 부부가 서로 논쟁이 생길 때 아이들이란 존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는 것같았다.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다가도 금새 서글퍼지는 장면이었다. 나도 가끔 엄마한테 "부부는 헤어지고 싶어도 결국 애들 때문에 산다"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는데.. 우리엄마가 말한 이 의미가 내기 읽었던 이 부분에서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하는 이야기었으면 하는 바람이있다.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에서 꽤 오랜 페이지동안은 앨리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기억을 하나둘 찾아가기보다는 서른아홉의 앨리스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스물아홉의 앨리스와 서른아홉의 앨리스는 너무 달라서 소설내내 자신을 둘로 나누어서 바라본다. 스물아홉 기억의 앨리스는 서른아홉의 앨리스가 어딘가 이상해저버린건 아닐까 엄청 걱정해하고 나역시도 인간이 이렇게나 급변하다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고민하면서 앨리스가 제발 기억을 되찾길 간절히 바라며 책을 놓을 수 없었다.
p392-393
"다음은 올리비아 러브입니다. 내 명예 손녀이지요. 직접 만든 '나비' 안무에 맞춰 춤을 출 거예요."
앨리스는 흠칫 놀랐다. 직접 안무를 짰다고? 앨리스는 올리비아가 발레 학원에서 배운 춤을 출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정말 끔찍할지도 몰라. 앨리스는 손에서 땀이 났다. 자기가 무대에 오르는 것 같았다.
"흐흐흠." 올리비아가 꼼짝하지 않은 채 앓는 소리를 냈다.
"올리비아, 네 차례야." 톰이 말했다.
"나 아픈 것 같아." 올리비아가 대답했다.
"멋진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원래 누구나 아파. 그게 신호거든. 진짜 멋질 거야." 닉이 말했다.
"올리비아, 꼭 할 필요는......." 앨리스가 말했다. 닉이 앨리스의 팔을 붙잡았다. 앨리스는 입을 다물었다.
"시작하자마자 아픔이 싹 사라질 거야." 닉이 올리비아에게 말했다.
"진짜?" 올리비아가 믿음을 가즉 담은 눈길로 닉을 보았다.
"거짓말이면 가슴에 십자가를 새기고 미친개한테 물려 죽을게."
올리비아가 닉을 노려보았다. "바보 같아, 아빠."
올리비아가 의자에서 내려와 발레복을 나폴거리며 통로를 걸어갔다. 앨리스는 심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올리비아는 저렇게 작은데. 혼자서 해내야 하다니.
"올리비아가 추는 거 본 적 있어?" 작은 은색 카메라를 조작하면서 닉이 조용히 물었다.
"아니 .... 못 봤을 것 같아. 자긴 봤어?"
"아니." 두 사람은 계단으 ㄹ올라가는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왠지 나 아픈 것 같은데." 닉이 말했다.
"나도 그래" 앨리스가 대답했다.
유아교육 강의 중에 머릿 속에 깊이 새겨진 말이 생각난다.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의 원동력은 누군가가 자기를 믿어주고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라고, 세상에 그런 사람이 딱 한명만 있어도 아이는 이 모든 세상을 이겨낼 힘을 갖는다는 말.
가족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훌륭하고 잘하고 있어요'라는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당신을 믿어요. 그러니 당신도 나에게 믿음을 줘요"가 아닌 그냥 서로에게 바라는 것없이 그냥 그 모습 그대로를 바라봐 줄 수 있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즐거운 그런 사람.
그때 침실 문이 벌컥 열리고, 닉이 씩 웃으면서 앨리스 옆으로 풀쩍 뛰어들었다. 매디슨이 아침을 담은 쟁반을, 톰이 해바라기 다발을, 올리비아가 선물을 들고 있었다. "어머니의 날, 축하합니다!" 아이들이 생일 축하곡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작년 실수를 만회하려고 노력했어." 매디슨이 앨리스의 무릎에 쟁반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랬을 것 같아." 앨리스가 말했다. 앨리스는 포크를 집어 팬케이크를 한입 가득 베어 물고 눈을 감았다.
"으음."
다들 앨리스가 맛을 음미한다고 생각했다(블루베리, 계피, 크림 모두 훌륭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그날 아침 전부를 음미하고 있었다. 이 아침이 꼼짝 못하도록 안전하게 잡아두고 있었다. 이 소중한 시간들이 또 다른 기억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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